"기부해봤자" 연말 움츠러든 '온정의 손길'.. 개인 기부 크게 감소
[비케이 안 KSoP 부회장님]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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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이영학 어금니 아빠 사건 및 기부단체 새희망씨앗의 126억 횡령 사건 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연말연시 온정의 손길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부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기부금 투명성을 의심하거나 기부단체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며 개인 기부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일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내년 1월까지 두달여간 실시하는 사랑의열매 '희망 2018 나눔캠페인'의 모금액은 9일까지 648억원으로 목표액인 3994억원의 약 16.2%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12월15일)에도 2016년 목표액(3588억원)의 약 16.2%(581억원)만 모금됐다. 반면 2015년에는 같은 시기(12월9일) 목표액(3268억원)의 20.1%인 690억원이 모금됐다.
기부를 꺼리는 기류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 상황만 지켜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주말 종각역 내부를 많은 시민이 오갔지만 구세군 자선냄비로 향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선냄비를 지키는 이모(78)씨는 "역 안에 사람은 많지만 거의 그냥 지나간다. 내가 교대한 지 30분이 됐는데 그동안 4000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직장인 최모(36)씨는 “기부금과 관련해 많은 사건이 일어나다 보니 기부단체를 믿을 수가 없게됐다. 내가 낸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의심스러워 차라리 직접 도와주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나 역시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기부한다. 그런데 어렵게 낸 기부금이 잘못 사용되면 너무 억울하고 분할 것 같다”며 “당분간은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움츠러드는 기부문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부자들이 동정심으로 기부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투명한 기부처를 찾고 감시하는 '스마트 기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자가 감정을 넘어선 '스마트 기빙'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조금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자기 뜻에 맞는 조직,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조직을 선택하는 방식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도 "한국은 꼼꼼하게 어떤 단체인지 살펴보고 기부를 결정하기보단 감정에 따라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부자들이 이영학 사건 때문에 패닉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느나라에나 있고 이들이 기부 단체 전체를 대표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기부자들은 수혜자에게 100% 돈이 가는 것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부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있다. 그 비용조차 모두 공개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절차를 감시하는 것까지 돈이 드는데 우리나라 기부 단체들은 열악하다. 게다가 기부단체의 역사가 짧아 아직 전문성도 떨어져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소중한 기부 행위에 대한 기부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사건들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단체라면 모두 홈페이지에 사업 소개, 재무 내용 등을 담고 있어야 하는 만큼 우선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피기를 권한다. 직접 방문해 안내 자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도 "여러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기부금의 용처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 모두 비슷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다만 규모 있는 단체들은 계속 온라인 홈페이지와 우편물 등을 통해 후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출처] 한강타임즈
[원본링크] http://www.hg-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9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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